세심하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출판평론가 한미화의 동네책방 관찰기. 동네책방의 시작부터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를 가능케한 사회적 조건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개인적인 동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물론 동네책방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오늘날 동네책방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는지를 여러 각도로, 매우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또한 서점 공간을 소비하는 독자들의 모습, 책을 쇼핑몰이나 휴양 시설의 한 부분으로 채택한 다양한 서점들의 등장과 이를 둘러싼 여러 현상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책방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책방들이 왜 열심히 일하면서도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지, 결국 왜 문을 닫아야 하는지, 동네책방과 온라인서점, 대형서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무엇인지, 그것으로 인해 어떤 위험이 예상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즉, 그는 이 책을 통해 책방을 둘러싼 섣부른 낙관이나 부정적인 전망을 손쉽게 담는 대신 책방의 존재 이유와 의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과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사항을 모두 아우름으로써 오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발판 삼아 내일을 모색할 디딤돌을 제안한 셈이다.
어린이책 평론가, 출판 칼럼니스트. 웅진출판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등에서 일하며 25년간 어린이책을 다루어왔다. 독서운동가, 사서,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 ‘책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어린이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제 막 스스로 읽기를 시작한 초등 저학년부터 공부에 치여 책과 멀어지는 10대까지, 독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한 질문에 답하며 아이의 독서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도록 이끌고 있다.
아이가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서점에 가서 학습만화를 골라 드는 게 못마땅해도 눈감아주고, 추천도서를 들이미는 대신 아이 손으로 고른 책을 읽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어린이책을 즐기는 시간이 쌓여야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읽는 ‘평생 독서가’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겨레신문에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를 연재 중이며, 그 외에도 KBS라디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웹진, 네이버, 채널예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오랫동안 책 소개하는 일을 해왔다. 언론사의 ‘올해의 책’ 선정위원으로도 활동한다. 교육지원청, 도서관 등에서 학부모, 사서, 교사를 대상으로 독서교육 강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저서로 《아이를 읽는다는 것》,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공저),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책 읽기는 게임이야》, 《지도탐험대》 등이 있다.
책을 펴내며 | 우주가 바뀌는 날 머물고 싶은 곳, 동네책방
01 동네책방, 그 붐업의 시작점
"동네책방은 가고 싶은 책방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마음, 바로 거기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동네책방은 읽고 싶은 이들을 읽기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이자, 한 권의 책과 오감으로 만나
고 싶은 '내가 찾던 곳'이 되어 우리 곁에 존재한다."
02 누가, 왜,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보겠다는 마음, 취향을 공유할 공간을 찾으려는 마음이 모여 동네책방의 기폭제가 되었다. 책방이야말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걸 깨우친 이들이 책방 탄생의 물결을 만들었다. 이들이 가장 중심에 둔 것은 다름아닌 바로 책이다. 사람이다."
03동네책방 존재 이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여기 모인 이들도 좋아한다. 지친 마음은 쉴 자리를 얻는다. 그곳에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든다. 책방은 이런 이들이 함께 모여 이루는 마음의 고향이다. 동네책방은 그런 곳이다. 우리 동네에 작은 책방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04책방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우리에게도 책이 무섭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이미 책은 올드 미디어 취급을 받고 있다. 골목마다 자리잡았던 책방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정성껏 골라놓은 책을 사진만 찍고 정작 온라인 서점에서 산다면 책방은 어떻게 될까? 한 권의 책은 어디서 사나 똑같지만 정말 똑같은 걸까?"
05 생존은 과연 누구 손에 달려 있는가
"책방 주인들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이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의 선봉에는 출판사와 책방 사이에 존재하는 공급률이 있다. 여기에 공정을 추구한 현장에서는 유령 책방이 생겨났고, 새로운 시도 앞에 다양한 폐해가 등장했다. 온갖 다툼과 편법으로 오늘도 동네책방의 피로감은 높아져만 간다."
06 피할 수 없는 이야기, 도서정가제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현실적 이해 관계는 복잡하다. 이대로라면 오로지 베스트셀러만이 살 만한 책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세상의 책은 얼마나 별 볼 일 없겠는가. 책방이야말로 책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보루다. 다양성이 사라진다면 가장 먼저 독자들이 책으로부터 떠날 것이다."
07 생존을 향한 물음, 이미 시작한 작은 날갯짓
"'나만의 책방'이 지닌 색깔을 지키려는 노력이 개성 있는 책방을 향한 첫걸음이자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걸 아는 일들이 질문을 이미 시작했고, 나름의 답을 찾고 있다. 힘들어도 이런 노력만이 생존을 가능케하는 발판일 수밖에 없다. 생존 가능성은 여기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08 지속가능한 내일을 향해 나아갈 때
"혼자 읽던 책을 함께 읽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 우리의 책방은 미래의 독자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동네책방이 나아갈 방향은 하나다. 사적인 비즈니스이지만 공공적 역할 또한 수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동네책방의 생존을 가능케할 길이 아닐까."
출간 전 먼저 읽었습니다 | 삼일문고 김기중 대표